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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10/24   <현상탐구> 로스쿨 정원 논란에 대한 매우 간단한 설명.
<현상탐구> 로스쿨 정원 논란에 대한 매우 간단한 설명.

교육인적자원부가 국회에 로스쿨 정원을 1500명으로 보고한 직후, 각계각층에서 연일 난리 법석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대학들은 정원이 1500명으로 최종 결정될 경우 로스쿨 제도 자체를 보이콧하겠다며 연일 압박의 수위를 높이고 있는 중이고, 이에 대해 교육부는 정원을 변경할 이유가 없다며 원안을 고수하겠다는 강경한 입장을 보였습니다. 그리고 이런 대립 양상 속에서 정치권은 정원을 최소한 2000명 이상은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반면 법조계는 로스쿨 정원을 늘릴 경우에 벌어질 폐단에 대해 간헐적으로 언급할 뿐 특별히 반응하고 있지는 않습니다.

그렇다면 왜 이런 현상들이 나타나는가, 그 기저 원인을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습니다. 우선 법조계에서는 로스쿨 정원은 1200명 선이 적당하다고 주장해 왔는데, 이는 사실상 기존의 기득권을 유지하려는 의도로 이해할 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물론 당사자들이야 로스쿨 정원을 늘릴 경우 벌어질 폐단을 우려한다고 주장하지만 로스쿨 도입을 막기 위해 줄기차게 물밑 로비를 벌인 전례에 비추어 본다면, 로스쿨 도입을 막을 수 없다면 최소한 정원이라도 줄여서 법조계에 진입할 수 있는 사람들의 숫자를 최대한 줄여보자는 의도로 해석됩니다.

엄청난 비용 부담 때문에 웬만한 사람들은 법률 서비스를 받을 엄두조차 못 낼 정도인 현재의 특권 구조를 그대로 유지하고자 하는 열망의 발현일 테니 이쪽은 이해하기가 쉽군요. 참고로 현재의 사시가 연 천명 이내를 선발합니다. 로스쿨 합격률을 80%선으로 한다고 가정하면 1200명의 로스쿨 정원에 약 1000명의 합격자가 발생하니 결국 법조계에서는 현재 사시 수준으로 선발하자는 소리입니다. 이렇게 되면 사시가 폐지되는 5년 뒤에는 사시 때와 똑같이 연 1000명이 선발되게 되는데, 이렇게 되면 사시에서 로스쿨로 선발 제도가 바뀌었을 뿐 법조계 선발 수는 사시 때와 동일하게 되니 이 부분을 들어 시민단체가 격렬하게 반발하고 있습니다.

다음으로 대학들을 살펴본다면 역시 이분들도 이해하기 쉽습니다. 대학들이 법조계 개혁에 깊은 관심을 가져서 총 정원 확대를 주장하는 것은 당연히 아니고 대학들도 차마 그렇게 주장하지는 않습니다. 간단히 말해 우리 대학에는 반드시 로스쿨을 유치해야 하는데 1500명의 정원으로는 대학들끼리 나눠먹기를 못한다는 소리입니다. 로스쿨 법에서 인상적인 조항 중 하나가 12명의 학생 당 1명의 교수가 반드시 배정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때문에 교수도 많이 확충해야 하고, 그에 수반되는 행정조직도 갖추고 운영하고 하려면 돈이 많이 드는데 이를 학생 등록금으로 충당하려면 적어도 입학정원 100명이 보장되어야 합니다. 물론 학생들에게는 연간 2000만원의 등록금을 요구하게 됩니다. 학기당 등록금 1000만원이니 귀족학교이니 하는 소리는 바로 이런 산출 방식의 결과로 나온 것입니다.

지난 5년간 사시 합격자를 한 명이라도 배출한 대학교는 전국에서 45개 남짓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이 대학들이 만족할 만한 정도로 로스쿨 정원이 배분되기 위해서는 적어도 3000명 정도의 정원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손병두 서강대 총장이 정부 청사를 시급히 방문해서 3200명 정원은 시뮬레이션을 통해 정확히 나온 숫자라고 항변했는데 이 시뮬레이션이 별개 아니라 바로 이런 대학 간 나눠먹기 계산이었다는 점을 참고하시면 되겠습니다. 말이 나온 김에 나중에 다른 글을 통해 서강대 총장 손병두씨의 행보를 좀 살펴보도록 합시다. 대학이 로스쿨 정원을 어떤 논리로 바라보고 있는가에 대한 단적인 예이니까 말입니다.

이런 대립구조 속에서 정치권은 적어도 2000명 이상은 되어야 한다며 대학들 편을 들어주는 것으로 보이는데 사실상 2000명 이상이라는 숫자는 1200명을 주장하는 법조계안과 3000명을 주장하는 대학들 - 이 시점에서 정확히 해두겠습니다. 편의상 대학들이라는 표현을 썼는데 정확히는 사시 합격자를 배출하던 기득권 대학교들입니다. 지방 대학교들 중 일부는 정원 30명도 상관없다며 어떻게든 로스쿨 학교라는 간판이라도 걸어볼까 안간힘을 쓰고 있습니다. - 안의 절충안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노무현씨가 오늘(24일) ‘로스쿨 선정 또한 지역균형발전을 고려하여 결정하겠다.’ 라고 밝힌 것은 26일 재보고를 앞둔 교육부를 압박함과 동시에 지방대의 움직임을 간접 지원하는 효과를 노린 것으로 보입니다.

아니라면 굳이 2000명이라는 숫자를 언급할 필요가 없지요. 몰아치는 대선정국이라는 폭풍을 헤쳐 나가려면 대학들과 법조계 눈치를 모두 봐야 하기 때문에 이분들은 참 고생이 많으실 것 같습니다. 참고로 서강대 총장 손병두씨가 회장으로 계시는 한국사립대총장협의회가 교육부의 보고가 1500명 수준일 것이라는 소문이 돌던 16일에 다른 곳도 아닌 바로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가졌습니다. 다분히 국회를 압박하는 행동인데 이게 또 먹혀드는 이유가 로스쿨 정원을 교육부가 ‘국회 교육위’에 보고하는 형식을 취하기 때문입니다. 17일에 발표된 ‘로스쿨 정원 1500명’은 확정 사안이 아닙니다. 국회 교육위는 교육부에게 재보고 요청을 했고 김 부총리가 열심히 거부하다가 삼면 다중 압박 바람에 못 이겨 결국 수용한 상태로 26일에 재보고할 예정입니다.

마지막으로 가장 이해하기 어려웠던 교육부를 한편 살펴봅시다. 교육부가 1500명안을 들고 나온 것은 사실상 법조계의 의견을 거의 수용했다고 봐야 하는데 문제는 ‘왜 교육부가 법조계의 편을 들어주었느냐.’입니다. 법조계에 발군의 로비스트가 있었다거나 교육부 장관과 법조계 인사들 간에는 예전부터 비리의 커넥션이 존재했다는 주장이 심정적으로는 더 끌리는 것이 사실입니다만 사실상 추측 수준도 못되고 그것보다는 대학들과 교육부의 대립 양상의 발로로 해석하는 편이 훨씬 나아 보입니다.

최근 대학들과 교육부의 사이가 급격히 나빠졌는데 이는 대학들이 교육부의 입시정책에 정면으로 반발했었기 때문입니다. 2005년 김진표 전 교육부총리가 취임하면서 내신 관련 규제를 한층 강화하고 주요 대학들을 돌며 ‘내신 반영률을 50%까지 올리겠다.’는 다짐까지 받아내는 등 3불 정책을 제외하면 학생 선발에 별로 간섭을 받지 않았던 대학들에게 간섭의 칼날을 들이대기 시작했는데, 이것을 실질 반영률로 볼 것이나 명목 반영률로 볼 것이냐를 놓고 결국 싸움이 벌어지게 된 것입니다.

잘잘못을 가리는 글이 아닐뿐더러 매우 복잡한 문제이기 때문에 일단 이 정도로 넘어가도록 합시다. 하여간, 입시정책과 관련된 교육부와 대학들의 논쟁을 간단하게 요약하면 교육부는 자신들이 설정한 기준의 정당성을 주장하며 대학들이 이에 따를 것을 요구하고 있고, 대학들은 3불 정책만 지키면 되었지 그 이상 간섭하는 건 대학 자율성을 정면으로 침해하는 것이라고 맞섰습니다.

그런데 고려대는 맞서는 정도로 끝난 게 아니라 입시 설명회에서 대놓고 교육부의 지침과 반대되는 입시 요강을 소개하였는데, 그러다가 교육부에게서 교수 충원이 미진하다는 이유 등으로 4년간 160명씩 정원모집 제제 조치를 받았습니다. 이는 상징적인 의미가 매우 큰데 교육부가 대학들에게 ‘직접적인 제제권’을 행사할 수 있음을 보인 사례이기 때문입니다.(현재 고려대는 행정소송을 제기중입니다.) 게다가 이 정도로는 분이 안 풀렸는지 법학교육위원회에 3년간 교육부 제제를 받은 대학을 대상으로 로스쿨 인가와 정원 숫자에 불이익을 주는 방안을 제출합니다. (물론 당연히 고대 포함입니다. 이중처벌 논란이 일기도 했습니다.)

이는 로스쿨 인가를 대학교 통제에 활용하겠다는 뜻을 진즉에 내비친 것으로 보아야 하겠지요. 그리고 이런 맥락에서 교육부의 1500명 정원 고수를 바라본다면, 정원수를 나눠먹기가 불가능한 수준으로 줄인 다음, 로스쿨 인가를 전가의 보도처럼 휘두르며 말 안 듣는 대학들을 차례차례 두들겨 주겠다는 의도를 파악할 수 있겠습니다. 애초에 법학교육위원회에 제대로 영향력을 행사하는 사람들은 교육부와 법조계이기 때문에 이런 해석에 더욱 강한 확신이 든다고 하겠습니다. 정치권에서는 교육부의 보고를 거부할 권한만을 가지고 있고, 대학교는 이런 정책에 대해 정치권에 읍소하는 방법 이외에는 딱히 방법이 없는 상황입니다. 법조계하고는 이해관계가 상충되고 교육부하고는 한참 싸우던 와중이니 말입니다.

지금까지 로스쿨 정원 논란을 논란의 4대 주체인 대학들, 교육부, 정치권, 법조계를 살펴보는 방식으로 알아보았는데 그럼 과연 이런 논란을 어떻게 평가해야 하는가하는 문제가 남습니다. 물론 저 나름대로 생각이 있습니다만 이번 글은 어디까지나 현상 연구를 목적으로 하였기 때문에 다음 글에 이어서 현상 평가와 관련한 글을 쓰도록 하겠습니다. 하지만 짤막하게 평가를 해본다면, 현재 한국에서 법률 서비스를 받기가 매우 어려운 것은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고 따라서 로스쿨이 도입되어야 한다면 정원은 최소 3000명 정도는 되어야 한다고 생각됩니다. (이렇게 되면 연간 2100명에서 2400명의 법조계 인사가 양성됩니다. 이를 10년 동안 지속해야 OECD 평균에 도달한다고 하더군요.) 일본의 실패 사례나 고시 낭인 양산 등을 들어 정원 확대에 반대하는 논리가 있는데 이는 어불성설로 왜 어불성설인가에 대해서는 다음 글에서 다루도록 하겠습니다.

* 법학교육위원회 : 교수 4명, 법조인 4명, 공무원 1명, 일반인 4명으로 구성된 로스쿨 인가기준 최종 심의기구로, 사실상 로스쿨 법안의 세부 사항들을 결정하는 핵심 기구라고 할 수 있습니다. 최근 로스쿨 선정 때 대학들의 사시합격 숫자를 반영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중이라고 하며, 전국 20-21개 대학교에 평균 80명 정도의 로스쿨 정원을 배정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해서 더더욱 인기몰이를 하고 있는 정체불명의 위원회입니다.

물론 대학들은 대학 서열화에 대해서는 일언반구도 하지 않은 채, 정원이 모자라다고 떼를 쓰는 중입니다만 저는 기존 대학들의 사시 기득권을 보장해주는 정책이 더 거슬립니다. 사실상 서열이 높다고 주장하는 대학교들의 사시 합격자가 많은 이유는, 관련 성적이 잘 나오는 학생들을 싹쓸이 해가기 때문인데 로스쿨이라는 대학원 제도에까지 대학 서열을 반영해야 하는가는 반드시 제고되어야 하는 부분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원채 성립과정부터 활동원리까지 뭐 하나 제대로 알려진 바가 없는 위원회라 소리 소문 없이 여론 뒤편에 숨어서 하고 싶은 데로 처리하는 중입니다. 언론이 로스쿨을 파헤친다고 아우성을 치고 있는데 정말로 파헤치고자 한다면 법학교육위원회 관련 특집으로 도배를 해야지 귀족학교니 정원 논란이 벌어지느니 겉핥기만 해서는 무슨 소용이냐 싶습니다.

by 차가운사과 | 2007/10/24 13:13 | 트랙백 | 핑백(2)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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