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국판단?
시국판단.

0. 제 글이 아닙니다.

21736자. 규격화된 라이트노벨의 분량이 16만자 내외라는 걸 감안하면 상당히 긴 글이라 간단히 요약해본다. <1장만 하고 중단한 상태. 정말 터무니 없는 분량의 글이다.>

잘 알려진 대로 촛불 시위를 이끌어온 건 전적으로 시민이다. 따라서 사람들도 시민을 주체로 두고 시위를 분석한다. 홍준표의 발언대로 공을 시민들이 확고하게 소유했으며, 우세한 시민에게 정부는 숙여야 한다는 그림이 그려진다. 그러나 과연 그럴까? 무엇이 상황을 주도하고 있고, 어느 쪽이 사건을 해결할 더 많은 가능성을 가지고 있는가?

이전의 글에서도 말했듯이, 나에겐 지금 방구석에 앉아서 하늘을 바라보는 사람들이 판단해야 할 대상은 시민이 아니라 정부가 아닌가 싶다. 첫째, 촛불 시위의 시민 집단은 여러 면 - 지도부가 없고, 구호는 연발되어 통제 불가능한 -에서 판단이 불가능한 존재며 따라서 욕구를 충족시키려는 시도 이전에 욕구를 파악하는 것조차 쉽지 않다. 둘째, 어쨌든 아직 공은 완전히 시민에게 넘어오지 않았다. 이 점은 중요한데 이명박 정권의 행위들을 독재로 볼 것인지 아닌지 여부와도 맥락이 닿아있기 때문이다. 어쨌든 지금까지의 일련의 정부 행위가 주어진 권한을 넘어서 행해지지는 않았다고 보는데, 일탈이나 남용이 문제되는 상황이 아니었나 생각된다. 물론 쇠고기 협상의 문제는 또 다른 것이고.

1. 정부

우선 이 부분을 짚어보자. 정부는 모든 수단을 동원했는가? 그렇지는 않으리라. 시위대 전원을 연행하고 청와대 진입 시도자에게 공포를 발사하는 정도로도 시위 규모를 격감시킬 수 있다. 96년 한총련 사태에서 정부가 보여준 모습을 생각해보면 최소한, 지금까지 이명박 정권은 모든 수단을 동원하진 않았다. 전경의 숫자와 같은 물리적 문제 때문에 곤란을 겪는 건 아니란 소리다.

그렇다면 왜 정부는 적극적인 진압에 나서지 않는가? 짐작하시겠지만 그 뒤에 닥쳐올 후폭풍 때문이다. 지지난 토요일 새벽의 폭력진압은 오히려 사람들을 자극해 집회는 대립적인 분위기로의 변모했다. 이럴 때 전통적으로 정부에선 이이제이를 택해서 시위대와 시민간의 관계를 분열시키고 이간한 연후에 시위대를 탄압했는데, 현 정부는 폭력을 너무나 빨리 투입했다. 언론플레이나 시간끌기를 취한 연후에 진압에 나섰어야 했는데, 이 정도 대규모 집회를 경험한 적이 없으니 힘들긴 했겠지만.

혹은, 아예 시위의 확대 분기점에서 전격적으로 진압할 수도 있었는데 그러지도 않았다. 최소한 대통령이 순방에 나선 직후부터 목요일 사이에 대량 연행과 같은 대규모 방어책을 실행했어야 효과를 보지 않았나 싶다. 지난 토요일만 해도 5-7천명의 시위대를 새벽 2-3시에 전경 2만 명으로 포위했었다면, 그들을 대대적으로 해산시키고 연행함으로서 모종의 효과를 얻지 않았을까. 끝내 해가 모두 뜬 아침 7-8시에 특경대를 투입해 백주대낮에 사람 팬다는 인상을 자초했으니 할 말이 없으리라.

그럼 왜 정부는 시간을 끌지 못했을까? 합리적인 설명이 가능하다. 고시를 마무리 지어 한시라도 빨리 미국 소 수입을 재개해야 했으리란 점이다. 그럼 왜? 달리 방법이 없었으리라. 혹은 정부가 시민을 어떻게 보느냐는 관점이 문제일 수도 있다. 좌파정권이 한국을 몰락시킨 잃어버린 10년이란 시대인식 하에선, 세뇌되거나 좌파로 대오 합류한, 시민들(빨갱이)은 폭력적이고 분열적이고 한국보다는 북한을 좋아한다고 볼 수도 있으리라. 그렇다면 이런 종북주의자들이 정치 세력화해 겨우 이뤄낸 정권 교체를 무위로 돌릴 수도 있다는 식으로 생각했을 가능성 또한 높다. 정말 그렇다면 각종 논란과 여론 악화에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반응하는 정치적 자폭 행위도 이해가 된다. 이번에 밀리면 5년 내내 모든 정책이 반발에 부딪치리란 판단과 더불어, 시위의 배후를 추려낸다면 획기적인 반전의 계기를 마련할 수도 있겠다는 계산을 하고 있을 수도 있다. 100일밖에 지나지 않은 정권은 강력한 권력을 가지고 있으나, 동시에 반대파와의 힘 싸움에선 절대 밀려선 안 된다는 위기론에 직면할 수도 있다.

그런데도 정부가 적절한 순간에 개입해서 시위를 무력화시키지 않았는가에 대한 추론은 쉽게 내리기가 어렵다. 신자유주의의 경제논리를 신봉하는 그에게 주가 하락이나 투자 감소와 같은 악영향이 뻔히 예상되는 군 동원이나 대량 연행과 같은 강력한 진압은 내리기 어려웠다는 대답이 우선 나온다. 서울 한 복판에서 벌어지는 시민들의 항쟁에 가까워 쉽사리 진압이 안 된다는 점도 문제로 부각했을 수 있다. 노무현이 부안에서도 다 잡아 올리지 못했다면 하물며 서울은 어떨까. 하지만 정권의 인식론에 대한 내 가설이 맞았다면 이런 위험은 감당할 수준이 아니었나 싶은데 매번 투입 시점을 놓지는 건 납득하기 어렵다. 현 정권의 무능함인가? 아니면 어떤 심모원려가 내제되어 있는가. 폭력 수위만 높아지느냐, 연행자 숫자의 단위가 바뀌느냐에 따라 무능함인지 심모원려인지를 가늠할 수 있으리라. 나는 현 정부가 무능하다는 걸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있는데, 작년 말까지만 해도 반 FTA 집회는 그토록 효율적으로 진압되었기 때문이다. 왜 지금의 집회에서는 저렇게까지 결단을 내리지 못하는가? 집회 자체의 성격이 달라져졌다는 주장도 있는데 난 그 점에서 동의를 못 하기에 판단이 엇갈리는 것일지도, 이래서 집회의 성격에 대한 판단이 중요하겠지.
by 차가운사과 | 2008/06/03 04:11 | 트랙백 | 덧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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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2071 at 2008/06/03 15:48
터무니 없어 죄송
.........
Commented by 차가운사과 at 2008/06/03 16:32
책을 한 권 내보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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