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에게서 죄를 빼앗지 말자.
[총수성명]이명박, 책임이다.


1. 미국 쇠고기 수입 논란의 쟁점을 가장 명료하게 찾아내서 정리한 글이다. 현상의 동인(動因)과 역학관계를 관통하는 논리가 명백하게 드러나 있다. 한국이 먹이사슬의 최하위에 스스로를 위치시켰다는 사실 또한 매끄럽게 도출된다. 이명박의 통상 문제에 관한 정책 실패를 지적하고 싶은 사람에게는 가장 매력적인 글일텐데, 그렇다면 2편 또한 기대해 봄직하다.

2. 그러나 사실 우리가 놀라워 해야 하는 부분은, 이런 담론이 주류 언론이나 민주주의의 가능성이라던 인터넷 여론을 선도하지 못했다는 사실이다. 우리들의 동인(動因)은 스스로에서 한 발자국을 내딛기조차 버거워했다고 보아야 하리라. 누군가에게 미국 소 수입 논란은 살해 위협인 동시에 민주주의의 패배이며 외세에 굴복한 굴욕의 상징이였다.

그래서 각자의 방식으로 벼려낸 절망과 분노를 촛불 시위라는 형태로 표현하며 자신을 주변화하려는 시도에 맞섰다. 또 다른 누군가에게 미국 소 수입 논란은 정부 전복 시도였으며 가치 있는 것들에 대한 살해 위협인 동시에 민주주의의 광기였다. 그래서 허락되었는지의 여지조차 불분명한 다종다양한 수단을 최대한으로 동원하여 광기를 진압하는데 온 힘을 쏟았다.

가치 평가가 양 극단을 달리니 그런 사람들이 모여서 현상을 평가하겠다고 나선 결과로 수많은 전혀 다른 논점들이 동시다발적으로 등장한 점을 기이하게 여길 필요도 없으리라. 그리고 그런 논점들 중 상당수는 미국 소 수입 논란을 실제로 움직이고 있는 동인(動因)에서 너무나 멀어져 있었다. 참여자를 주변화하는 소용돌이라는 내 인식론은 이런 부분에서 비롯했다.   

3. 이영도의 소설 '피를 마시는 새'에서 엘시 에더리가 자신에게서 죄를 빼앗아가지 말라고 그토록 열렬히 부르짖었지만, 그를 차기 황제로 점찍어둔 치천제는 그가 죄를 갖길 원치 않았다. 그가 죄를 갖는다면 자신의 목적을 달성할 수 없기 때문에 치천제는 필사적으로 엘시 에더리가 죄를 가질만한 일말의 소지마저 제거한다. 뿐만 아니라, 자신의 관심사에 너무나도 열중한 나머지 자신도 모르게 그에게서 죄를 빼앗아버린 사람들도 있다. 마허릭 상장군이 대표적인 예인데 결국 나중에는 자신의 바람을 미묘하게 수정함으로서 문제를 해결한다. 내 생각에는 자신이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자신의 욕구를 극적으로 수정한 사람이 아닌가 싶다.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욕구에 평생을 매달리고도 부족해해며 죽어간다는 점에 비추어 볼 때 더욱 그렇게 여겨진다.

이명박에게서 자꾸 죄를 빼앗아가는 사람들 또한 위 소설의 인간군상들과 비슷한 행동양식을 보인다. 이명박이 가치 있는 것들을 무너뜨리던 위험한 진보 정권을 몰아내고 보수의 기치를 다시 세운 상징적인 인물이 되어야만 자신의 목적을 달성하는 사람들은 그에게서 죄를 어떻게든 빼앗으려고 안달하고 있다.

정부가 협상 내용을 사전 인지한 정황이 포착되는 와중에도 영어 번역이 잘못되어 문제가 생겼으니 죄는 영어를 소홀이 여긴 정부 실무진과 예전 정권에 있다고 부르짖거나, 근거없는 맹신에서 촉발된 미국 소 수입 논란은 국익에 하나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논쟁의 빠른 종식을 주장하거나, 시대를 역행한다는 촌평을 듣는 집시법을 유연하게 적용해 촛불 시위를 불법으로 간주한 뒤 사후 처벌하거나, 혹은 PD수첩을 고발함으로서 이명박에게서 죄를 빼앗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대표적인 예이다.
 
그리고 그 주변에서는 자신의 동인(動因)을 제어하지 못한 결과로 수많은 논점 일탈을 야기시키고, 때문에 결과적으로 이명박에게서 죄를 빼앗아가버린 경우가 있었다. 자신들의 언술이 오롯이 감정적 맹신이나 과학적 사고에 대한 무지만을 거두어 들였다고 믿는 사람과 그들이 너무 많은 것을 거두어가 버렸다고 여겼던 사람들의 논쟁이 대표적인 예이다.

이 글에서 다양한 인간군상들의 의도를 일일히 가치 평가하거나 논리라는 저울에 매달아 무게를 달아보고 싶지는 않다. 다만, 더 이상 이명박에게서 죄를 빼앗지는 말자고 주장하고 싶다. 이명박의 죄는 그가 온전히 지녀야할 몫이다. 그가 엘시 에더리처럼 청와대 대변인 옆에서 나의 죄를 빼앗아가지 말라고 외치지 않는대서 그를 비난하지는 말고, 그냥 그의 몫인 죄를 그저 돌려주도록 노력해보자.

4. 혹시 아는가, 사실 이명박도 한 명의 고뇌하는 인간일 뿐이어서, 매일 잠자리에서 나의 죄를 돌려달라고 울부짖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by 차가운사과 | 2008/05/14 01:16 | 트랙백 | 덧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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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Fedaykin at 2008/05/14 02:23
이명박 옆에는 정우가 없다는게 슬프군요.
Commented by 차가운사과 at 2008/05/14 16:18
Fedaykin / 박근혜를 버리고 한달음에 달려온 매력 만점의 전여옥씨가 계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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