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황, 투고할 출판사 고민, 소설 집필상황은 매일 블로그로 알리겠습니다.
[간단한 근황]

구상중이던 소설의 구성요소간 개연성 문제가 거의 해결되어 내일부터 본격적인 집필에 들어가게 될 것 같습니다. 수능을 보기 위해 군대에서 휴가를 받아 나온 인간과 서울역에서 식사를 같이 하고, 책 3권을 구출해 돌아오는 도중에 문득 문제를 해결할 방안이 떠오르더군요. 정말 사람 사귀기는 곤란한 인간이라고 스스로 자각하고 있습니다. 대화하는 도중에도 소설에 대한 이런 저런 생각에서 자유롭지 못하니 말입니다. 개인적으로는 그런 생각들을 잠재우기 위한 마취제로서 게임과 음악을 애용하고 있습니다만 게임을 하는 시간은 점점 줄어들고 있고 음악은 점점 외부세계에서 자신을 차단하는 용도로만 쓰이고 있습니다. 독서는 예외인데, 그래서 하는 말이지만 전쟁의 기술, 권력의 법칙, 유혹의 기술 (로버트 그린 저, 시가 7만원 이상, 직접 산 책이라고 함...)을 기꺼이 기증해 주신, 곧 수능을 봐야 하는 부산의 모 군인에게 심심한 감사를 표합니다. 수능날에 무궁화호라도 타고 가야 하나...

오늘 잠시 워크래프트 3 웨스트 서버에 들어가 도타 올스타를 하던 사람들을 만났는데, 다들 한 마디씩 하는 말이 '도대체 게임도 안하고 어디서 뭐하다 왔냐,' 라는 것이었습니다. 연말까지 소설 투고를 해서 한 번 거나하게 깨져보려고 게임도 안하는 겁니다. 그런데 사실 생각이야 구체적인 설정에 가까울 정도로 구상해 두었습니다만 실제로 집필한 내용은 거의 없고, 워크래프트에서 알게 된 분들이 간혹 이글루를 방문하시는 것 같으니 소설 집필 진행상황도 반성할 겸, 앞으로 이글루스에 소설 집필상황을 매일 고지하도록 하겠습니다. 유혹하는 글쓰기에서 본 제임스 조이스의 일화가 문득 떠오르는군요. 하루종일 몇 단어밖에 쓰지 못했는데, 친구가 그를 위로하자 울부짖으며 이 단어들을 어떻게 배열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했다나요. 열심히 노력해서 연말까지는 끝마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가짜 대학생이라 군대가기 전에 어떻게든 승부를 봐야 부채와의 불편한 동거를 거부하며 소설 창작을 할 수 있을텐데 말입니다.

[투고할 출판사 고민]

그런데 글을 쓰기도 전에 투고할 출판사가 고민되기 시작했습니다. 어느 출판사이건 내 책을 출판해 주기만 한다면 상관없다고 하시는 분들도 계실텐데, 저로서는 동의하기 어렵습니다. 책은 작가의 손을 떠난 그 순간부터 스스로 빛을 내는 존재로 거듭납니다. 편집자의 신묘성을 작가들이 종종 언급하는 것도 책이 작가와 어느 정도 유리된 개별적인 존재라는 사실을 반증합니다. 그리고 그렇게 본다면, 작가가 자신의 손을 떠날 책을 위해 해줄 수 있는 유일한 일은 좋은 편집자가 있는 출판사를 고르는 일이 아닐까 합니다. 다시 말해 아이가 태어날 수 있다면, 산파는 가장 좋은 사람을 골라야 한다는 소리입니다.

그래서 개인적으로는 시드노벨에 투고하려고 생각을 해왔었습니다. 학산문화사와 대원씨아이는 라이트노벨이라는 일본의 책들을 번역해서 판매하는 방식에 주력하고 있기 때문에 애초에 논의 대상으로 삼을 수 없었고, 파우스트(역시 학산문화사)의 공모전은 파우스트라는 매체 자체의 한계에 가로막힐 수밖에 없었기 때문에 고려 대상에서 제외하였습니다. 때문에 시드노벨을 관심있게 지켜볼 수밖에 없었는데, 공모전을 통해 신인작가를 독려하며, 동시에 기존 작품들을 적절히 배치해 시드노벨이라는 레이블의 가치 규정와 위치 정립에 신경을 썼다는 점을 고려하였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시드노벨의 출판작을 구입하고 구독하며 진행상황을 유심히 살펴보는 동안 실망스러운 부분을 많이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우선 편집부가 제대로 기능을 하는 건지 의문스러울 정도로 '편집부재' 현상이 심각했는데, 단순히 오탈자가 많다는 정도로 넘어갈 수준은 아니었습니다. 그리고 공모전을 통해 홍보와 독려를 한 것은 좋은데, 너무 장르에 제한을 두어 판타지의 전철을 답습하는 게 아닌가 하는 우려를 지울 수 없었을 뿐더러 분량 제한, 에피소드 제한 등의 조치는, 신인작가에게서 제대로 된 책을 기대하지 않는다는 느낌을 받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렇게 생각하는 것 자체는 뭐라고 하지 않겠습니다만(제대로 된 책을 쓰는 순간, 곧 신인이 아니게 되니까) 그렇다면 이런 수시 공모전 운영을 중지해야 바름입니다.

수시공모전을 시드노벨에서 어떻게 생각하고 있느냐와는 상관 없이, 수시공모전을 운영하는 행위가 정당화되려면 그 공모전을 통해 제대로 된 책을 출판하려는 의지가 있어야 합니다. 왜냐하면 신인작가에게서 제대로 된 책을 기대하건 그렇지 않건 간에, 제대로 된 책이 공모가 되어 출판까지 이루어질 수 있다는 가정 하에 응모요강을 만들고 공모전 심사와 관리를 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다시 말해 공모전을 개최하고 운영하는 사람들이 먼저 준비를 해야 한다는 말입니다. 왜 좋은 원고가 지원되지 않을까 한탄할 게 아니라 말입니다.

지금으로서는 수시공모전이 단순한 대외 홍보에 지나지 않을 뿐더러, 현재와 같은 운영이라면 제대로 된 출판작을 탄생시킬 길이 요원하기 때문에 - 제 말은 좋은 원고를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있지 않다는 뜻입니다. 희대의 천재가 시드노벨에 투고하면 좋은 출판작이 나오겠죠. - 시드노벨이 현재 가지고 있는 (정확히는 주어진) 위치의 적절성에도 불구하고 - 발전 가능성이 확보된 한국 작가를 포함한 규정되지 않은 라이트노벨을 발간하는 출판사 - 제 원고를 투고하는 것이 망설여질 수밖에 없습니다.

젬스노벨에 대해서는 방금 전까지만 해도 아는 것이 없기에 이야기를 하지 않으려고 했었습니다, 이러니 저러니 해도 아직 출판도 하지 않은 출판사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우연한 기회에 젬스노벨 편집자분의 블로그를 방문하게 되었는데, 글을 보고 감탄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왜 라이트노벨이어야 하는가에 대한 고민부터, 한국작가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현실 인식, 한국작가를 어떻게 양성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 레이블의 수준을 어떻게 유지할 것인가에 대한 확고한 편집자적 원칙까지 뭐 하나 빠지는 부분도 없이 완벽할 정도로 훌륭한 인식을 보유하고 계셨습니다. 특히 이 글은 일독을 권하는 바입니다. 다만 아직 젬스노벨이 출범하기 전이기 때문에 젬스노벨이 이렇다라고 규정하는 건 섣부른 추측일 것입니다. 다만 이런 편집자가 이런 뜻을 가지고, 뜻이 맞는 작가와 함께 출판을 계획했다는 점에서는 앞날이 매우 밝다고 하겠습니다. 출간과 그 뒤의 커뮤니티 운영 - 계획이 있다면 - 등을 관심있게 지켜본 뒤 정말 제대로다 싶으면 이 쪽으로 기울어질 가능성이 높을 것 같습니다.

[결론]

산파가 애를 대신 낳지는 않는다.
by 차가운사과 | 2007/11/10 01:59 | 트랙백 | 덧글(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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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너러호 at 2007/11/10 13:19
일단 여러 출판사 등에 넣어서 자신의 글에 대한 평가를 받아보시긴 하셨는지.

저만 이렇게 보이는건진 모르겠는데,

님 스스로가 시드노벨 심사단을 사로잡을만한 글을 투고하셔서 독자들로 하여금 공모전을 다시 돌아보게 만드실 생각은 없는거군요'ㅅ'

님이 결론 이라고 쓰신것처럼 산파가 아기를 대신 낳지는 않습니다. 출판사도 결국 파트너, 서포터일 뿐이고 이야기를 만들어내는건 결국 작가입니다.

다시 말하면, 출판사가 아무리 소설을 띄우려고 발광을 해도 작가가 쓴 소설 자체가 우수하지 않으면(혹은 시장, 트렌드에 맞지 않으면) 사장될 따름이고요,

님 소설이 잘났으면 어느 듣보잡 출판사에서 출간해도, 심지어 자비출간을 해도 뜨는 법입니다 '-^
Commented by 마무리 at 2007/11/10 13:25
님... 적어도 'X아라, 문X아 에서 수일간 선작 베스트!'같은 인증이라도 쌔우시거나

'내가 쓴 글을 투고했던 출판사에서 이러이러한 긍정적 반응을 보여왔서' 라는 걸 보여주지 않으시는 이상,

단순히 이 글만 보면 그저 양판소 한 권 출판하지 않은 듣보잡Wannabe가 자기 글 다듬을 생각은 하지 않고 출판사 탓 하는거밖에 안 보여요'-^
Commented by 차가운사과 at 2007/11/10 14:59
너러호 / 그렇게 생각합니다.
마무리 / 동감합니다.
Commented by 차가운사과 at 2007/11/10 15:38
덧글의 실수를 양해 부탁드립니다. 닉네임이 다르시길래 서로 다른 사람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동일 인물이셨군요. 미처 알아뵙지 못한 점 사과드립니다.
Commented by aLmin at 2007/11/10 15:50
잘 읽고 갑니다. 저도 생각이 비슷합니다..
Commented by 맨위엣두놈 at 2007/11/10 16:44
아시니 다행인듯'-^
Commented by 맨위엣두놈 at 2007/11/10 16:53
그런데 들키니 쪽팔린듯 ^^;;; 이런류의 리플은 로긴하고 쓰기엔 좀 무서워서 듣보잡 닉넴 줏어다 씁니다 헤헤헤

하지만 정말이지 자기 글 생각은 안 하고 출판사 역량만 따지는 거 열라 웃기니 좀 참고하세요오

물론 님이 그렇다는건 아니고요^^;; 그냥 그런 행위가 웃긴다구요^^;;
Commented by 차가운사과 at 2007/11/10 19:12
aLmin / 글쓰기란 참 끝이 보이지 않는 무언가이죠.
맨위엣두놈 / 저는 출판사를 생각해 주고, 출판사는 제 글을 생각해 줍니다.
Commented by 파실 at 2007/11/11 00:15
저도 동감하는 글 입니다. 아직 시드 밖에 없어 시드에만 찌르고 있지 다른 곳이 있다면 다른 곳도 찌르고 싶은 게 제 심정입니다. 그나저나 젬스노벨을 좋게 분은 분은 처음 본 듯, 후후후. 저도 그 편집부의 블로그에 들어가 봐야겠네요.
Commented by 차가운사과 at 2007/11/11 00:51
파실 / 그 편집자님의 글은 구구절절히 공감이 갑니다. 조금이라도 더 좋은 곳을 알아보고 싶어지는 게 바로 글쟁이 욕심이겠죠.
Commented by 한카리아스 at 2008/06/15 21:12
넥스비전은 어떠실까요. 판타지 작가 홍정훈이 사장으로 설립한 곳인데 이 포스트가 2007년 포스트다보니 이미 알고 계실지도 모르겠습니다. 일단은 종합출판사라고는 해도 라이트노벨도 받는다고 사장 본인이 말했으니 한 번 알아보시는 것도 나쁘진 않을 것 같습니다.
Commented by 차가운사과 at 2008/06/16 03:28
한카리아스 / 2007년 포스트인데, 2008년으로 접어들면서 시드노벨의 공모전 방식도 많은 진화를 거쳤죠. 하여간 작품에서 출판사와 편집부가 담당하는 역할이 너무나 방대하기 때문에, 작가를 진지하게 고민하는 사람이 출판사에 대한 고민도 한 번씩은 해 보는게 당연하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물론 마감 일자를 작가들이 엄수한다는 가정 하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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