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멧 착용 공익광고에서 나왔습니다

 오늘 헬멧 착용 공익광고에 나올법한 자전거 사고를 겪었습니다. 슬립이라고 생각한 순간 머리에서 퍽 소리가 나는 동시에 도로에 머리를 처박고 한 바퀴 멋지게 구른 거죠. 다행히 퍽 소리의 주인공은 머리가 아닌 헬멧이었고 덕분에 머리가 부서지는 대신 부서진 헬멧을 바라보면서 글을 씁니다.

 너무 강한 슬립이라 가속력과 원심력의 부추김을 동시에 받으면서 머리로 아스팔트 도로를 들이박은 셈인데, 신기하게도 퍽 소리가 날 때의 느낌은 아프기보단 푹신함에 가까웠습니다. 물론 헬멧이 아닌 머리로 부딪혔으면 퍽 소리 후 암전이 이어지고 사후세계 증명에 도전해 볼 수 있었겠죠.

 로드 타이어의 낮은 접지력, 막 비가 오기 시작한 도로의 미끄러움, 안일한 감속의 삼위일체와 같은 사고였는데 덕분에 슬립을 느끼는 순간 이미 머리가 도로에 처박힌다는 돌이켜보면 상당히 아찔한 상황이었습니다. 그런데도 굴러서 일어난 뒤엔 머리의 충격보단 찰과상의 쓰림이 더 강하더군요.

 재밌는 부분은 머리부터 도로에 들이박은 게 결과적으로 부상을 줄였다는 겁니다. 머리로 가해질 직접적인 충격은 헬멧이 거의 흡수해 줬거니와, 동시에 앞으로 미끄러지는 가속도가 상당히 줄어서 몸으로 굴렀으면 두 세바퀴 굴러서 난간 쪽에 처박힐 걸 한 바퀴만 구르고 끝났으니까요.

 자전거도 몸하곤 다른 방향으로 날아간 덕분에 오히려 충격이 덜했는지 왼쪽 듀얼레버의 커버 정도만 손상됐더군요. 사고 내용에 비하면 자전거가 너무 멀쩡해서 되려 놀라웠습니다. 무사히 집으로 끌고 온 다음 5년 동안 제 머리를 지켜준 헬멧의 명복을(?) 빌고 새로운 헬멧을 주문했습니다.

 짧은 거리를 시속 5km 내외로 즐기는 것도 아니고, 자전거도로에 고급 로드바이크나 전동킥보드(심지어 통행 자체가 불법)로 수십 km의 속도를 즐기시는 분들이 헬멧이 없는 경우를 의외로 자주 봅니다. 처벌규정이 없는 법률이니 제지할 순 없겠지만 헬멧은 법률이 아닌 삶의 의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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