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의 노력 물거품으로 만든 예언가 이종운 기타


- 코치의 표정과 상당히 대조적인, 대타 김재유 삼진 후 감독 이종운의 웃음 -


“자네가 예언가인가?”
“나는 확률을 믿을 뿐이야. 확률 외에 무엇이 있나? 자네도 엘시가 폭군이 될 확률이 많다고 믿지는 않겠지.” - 피를 마시는 새에서.


 롯데의 31차전. 2:3으로 뒤지고 있던 9회 초 2사에서 이종운은 공 3개로 아웃카운트 두 개를 잡아낸 이성민을 내리고 심수창을 올립니다. 염종석의 강민호를 바라보는 뻘줌한 표정과 마운드를 한 번 돌아보던 이성민의 의아한 표정이 아직도 생생하군요.

 시간을 되돌려 심수창 등판의 의미를 짚어보죠. 승을 코앞에 두고 번번이 강탈당하던 선발투수 심수창을 불펜으로 보직 변경하면서 이종운은 이렇게 인터뷰를 했었습니다. “승은 중간에서도 할 수 있지 않겠습니까?” 게다가 지난 주 롯데의 2승을 이끌며 현재 롯데에 상징적인 존재로 거듭나던 심수창을 아웃카운트 하나가 남은 상황에서 올린 의미는 분명했죠. 역전해서 심수창에게, 그리고 롯데에게 승을 주자는 거였습니다.

 그리고 안타, 대주자, 번트, 진루타를 묶어 얻어낸 2사 3루. 여기서 임재철이 끈질긴 승부 끝에 볼넷을 얻어 2사 1-3루를 만듭니다. 겨우 역전주자까지 루상에 나간 상황. 그런데 이종운은 우투수 상대로 2할 9푼대의 타율을 기록하던 문규현을 굳이 빼고, 그 자리에 1군에서 아직 아무것도 보여주지 못했던 김재유 대타를 꺼내들었습니다. 캐스터에게는 비웃음을 사고 팬들은 아연실색. 김재유는 결국 터무니없는 스윙으로 일관하다 삼진을 당하고 게임은 그렇게 맥없이 끝났습니다. 이종운이 보여주던 어이없다는 웃음에서 자신의 대타 기용에 대한 책임감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이렇게 롯데가 맥없이 마지막 경기까지 내주며 주중 경기 유일한 스윕패를 당하는 구단으로 전락한 동안, 다른 구장에선 기아가 NC전 연패와 스윕 위기를 동시에 끊었고 LG도 정성훈의 결승타, 최경철의 혼신의 다이빙 캐치 등에 힘입어 두산전 스윕 위기와 팀 7연패를 끊어냈죠. KT는 팀의 미래를 팔아넘긴 트레이드라 조롱받으며 얻어낸 롯데에서의 이적생들의 활약에 장시환의 혼신의 역투까지 힘입어 투수진 총력전으로 응수하던 한화를 1점차로 눌렀습니다. 10연패를 끊은 1승에 만족하지 않고 그걸 연승으로 이어가는 저력이 돋보였죠. 공교롭게도 하위 4팀 중 롯데를 제외한 나머지 팀들이 1-2점 접전 끝에 모두 승리를 챙겼습니다.

 야구를 좋아하는 분들이라면 잘 아시겠지만 이 1-2 점은 적시에 터진 안타 하나로도 충분히 얻을 수 있는 것이죠.

 다시 이종운의 웃음으로 돌아가 보면 아마 그는 자신의 대타 실패에 큰 의미를 두지 않는 것으로 보입니다. 대타 기용은 자신의 기준에 부합하게 이루어졌으며, 결과는 확률일 뿐이란 거죠. 물론 여기까진 맞는 말입니다. 정확한 기준을 가지고 대타를 기용했는데 결과적으로 1할 대 초반의 대타 성공률을 기록하게 될 수는 있죠. 이것도 꽤나 낮은 확률입니다만.

 그런데 오늘 확실히 보여준 이종운 나름의 기준이란 극적 드라마에 기댄 예언가의 근거없는 확신일 뿐이었습니다. 승을 번번히 놓치는 불운의 상징 심수창에게 시즌 첫 승을, 퓨쳐스에선 2군 아두치란 소리까지 들었지만 아직까지 1군에서 안타가 없던 좌타자에겐 시즌 첫 안타를 안겨주며 1승을 챙기는 거죠. 결과는 송승준 7이닝 3실점 역투를, 불펜진의 모처럼의 호투를, 드라마에 끌려나온 선발 지망생 심수창의 투구를 모두 무의미한 것으로 바꿔놓고 5할 승률 붕괴와 스윕패를 기록하게 한 바로 그 1패였습니다. 경기가 끝나자 승부조작급 대타 기용이었단 말까지 나왔고 장타력 있다는 말을 듣고 싶다던 신인의 멘탈은 회복될 날이 요원해 보입니다.

 이종운 감독은 선수들의 정신력을 고조해 기적을, 그 기적을 통해 1패를 1승으로 바꿔놓을 수 있다는 극적 드라마의 헛된 망령에서 빨리 벗어나길 바랍니다. 확률 외에 무엇도 없기 때문에 확률을 조금이라도 높이기 위한 야구인들의 수많은 노력들이 칭송받고 확률을 제로로 수렴하게 하는 이단행위들이 배척되는 겁니다. 오늘 롯데의 노력은 감독 이종운이 확률가의 노력을 저버리고 예언가의 믿음으로 선회하면서 의미를 잃었습니다. 다만 이 패배가 이종운 감독에겐 나름의 의미가 있었기만을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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